『기동전사 건담 AGE』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방영된 비우주세기 건담 시리즈로, 세 명의 주인공이 세대를 넘어서 이어지는 전쟁과 성장의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은 플리트 아스노, 아세무 아스노, 그리고 키오 아스노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주인공 구도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가치관의 충돌,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본 리뷰에서는 건담 AGE가 제시한 세대 교체의 구조적 의미, 핵심 인물 플리트 아스노의 서사적 중량감, 그리고 전쟁이 진화해가는 과정을 통해 되묻는 근본적인 메시지를 중심으로 심층 분석한다. 과연 이 작품은 청소년용이라는 시청자 층의 평가를 넘어, 건담 시리즈의 정통성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는가?
세대 교체의 구조
『기동전사 건담 AGE』는 건담 시리즈 중에서도 유례없는 ‘3세대 주인공’ 시스템을 채택한 작품이다. 이 구성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장치에 머물지 않고, 세대 간의 가치관 변화와 감정의 단절, 그리고 전쟁에 대한 시각 차이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구조적 설계이기도 하다. 플리트, 아세무, 키오라는 세 주인공은 각각 자신이 속한 시대의 전쟁과 마주하며,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다른 방식으로 고뇌한다. 이들은 같은 가문이지만, 서로가 마주한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첫 번째 세대인 플리트는 지구연방의 무능과 베이건의 침략 속에서 가족을 잃은 소년으로 시작해, 복수를 동기로 삼아 건담을 개발한다. 그는 과학자이자 군인이며, 동시에 한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반면 두 번째 세대인 아세무는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서 자라나며, 이상주의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군인이자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속 갈등의 화신이다. 마지막 세대인 키오는 분쟁의 가장 최전선에서 직접 참전을 경험하는 한편, 인류와 베이건 간의 상호 이해와 평화를 궁극의 목표로 삼는다. 이처럼 건담 AGE는 세대별로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함을 구조적으로 설계함으로써, '전쟁은 반복되지만 인간은 그 안에서 진화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단절과 계승, 복수와 용서, 기술과 감정이라는 상반된 키워드들이 세대별로 엇갈리며 축적되어 가는 이 구조는, 단순한 ‘가족 서사’를 넘어서 시대적 메시지를 담은 ‘민족 서사’로 읽힌다.
플리트 아스노의 서사
플리트 아스노는 건담 AGE라는 작품을 구성하는 핵심 축이다. 단순히 첫 번째 세대 주인공으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전 작품을 관통하는 서사적 중심축으로서 기능하며, 한 개인이 어떻게 시대를 만들고 또 뒤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플리트는 가족을 잃은 아픔에서 비롯된 복수심으로 건담 AGE 시스템을 개발하고, 지구연방 내부의 정치 구조에 맞서 싸우며, 점차 시대의 방향을 이끄는 지도자이자 이데올로그로 성장해간다. 그는 본래 과학자적 기질을 가진 소년이었지만, 베이건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사건은 그를 '철의 군인'으로 만들었다. 전쟁을 통해 복수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그의 모든 선택을 지배하며, 결과적으로 플리트는 자신의 아들 아세무와도 깊은 갈등을 겪게 된다. 그는 냉정한 군사 전략가로서 성공했지만, 아버지로서는 실패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 내면의 불균형은 이후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흥미로운 점은, 건담 AGE가 플리트를 단순한 비극적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전쟁의 영웅이자, 동시에 그 전쟁을 끝내지 못한 책임자로 남는다. 그의 인생은 전쟁의 수레바퀴를 멈추지 못한 세대의 단면이며, 플리트가 끝내 고통스럽게 깨닫는 것은 바로 ‘진정한 이해 없이 승리한 전쟁은 평화가 될 수 없다’는 명제다. 마지막 화에서 플리트가 눈물을 흘리며 키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장면은, 한 시대의 종언이자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의 선언으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플리트는 건담 시리즈에서 보기 드문 ‘세대를 넘나드는 인물’로서, 타 시리즈의 아무로, 샤아, 카미유와는 또 다른 결의 상징성을 갖는다. 그의 존재는 전쟁의 무게를 한 인간에게 얼마나 극단적으로 전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전통적인 영웅 서사에서 ‘책임의 비극’이라는 주제로 전환점을 제시한다.
전쟁 진화의 역설
건담 AGE는 전쟁을 단순한 국가 간의 무력 충돌로 묘사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전쟁은 기술과 감정, 이상과 복수, 세대 간의 갈등이 중첩되는 복합적 현상이다. 이 때문에 AGE 시스템은 단순한 무기 플랫폼이 아니라, 진화와 적응을 전제로 설계된 상징적 장치로 기능한다. 각 세대 주인공이 자신의 전장에 맞춰 건담을 개량하며 진화시키는 과정은, 곧 인간의 싸움이 ‘적응’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된다는 냉소적 진실을 비추는 장면이다. AGE의 건담은 매뉴얼처럼 주인공의 감정과 이상을 반영한다. 플리트의 AGE-1은 냉정하고 단단하며, 아세무의 AGE-2는 민첩하고 독립적이고, 키오의 AGE-FX는 적과의 이해를 상징하는 변화형이다. 이는 기술이 단순히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반영체’로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진화는 역설적이다. 기술이 아무리 진보하더라도 인간의 감정이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면 전쟁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건담 AGE는 그런 점에서 명확한 반전 메시지를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돌린다. 키오가 베이건과의 이해를 시도하는 장면은 감동적이지만, 그마저도 세대 간의 갈등과 복수심에 의해 좌절될 위기를 여러 번 겪는다. 이 긴장감 속에서 건담 AGE는 ‘진화’라는 말이 과연 인간 사회에 적용 가능한 개념인지 되묻는다. 마지막 화에서 플리트는 회한을, 아세무는 후회를, 키오는 희망을 남긴다. 이 세 가지 감정은 단일한 결론이 아니라, 건담 AGE가 제시한 전쟁 서사의 3단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AGE는 청소년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인식 너머, 전쟁과 인류의 진화, 그리고 세대 간의 이해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시도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성찰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