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Z건담』은 건담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정치적이고 어두운 색채를 지닌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지구연방군 내 강경파 조직인 ‘티탄즈’가 존재하며, 그들은 반지구권 세력인 에우고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비인도적 만행을 자행한다. 본 리뷰에서는 티탄즈가 벌인 생체실험, 민간인 탄압, 식민지 파괴 등 구체적 행위를 통해, 권력과 폭력의 메커니즘이 Z건담의 세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분석한다.
티탄즈의 생체실험과 윤리 파괴
『Z건담』의 초반부에서 티탄즈는 단순한 반란 진압 부대처럼 보이지만, 에피소드가 전개될수록 그들의 비윤리적 성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뉴타입 관련 실험에 있어, 티탄즈는 인간의 정신을 ‘도구’로 전락시키는 과정을 아무런 윤리적 제어 없이 수행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포우 무라사메를 비롯한 강화인간 실험 사례다. 그녀는 ‘무라사메 연구소’에서 정신 개조 및 약물 투여, 인격 조작을 통해 전투에 특화된 강화병기로 재탄생된다. 이는 명백히 인간을 생체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이며, 그 자체로 심각한 윤리적 위반이다. 이와 유사한 강화인간 사례는 로젯타 루시, 게이츠 카푸르, 그리고 로베르트 같은 파일럿들을 통해 반복되며, 티탄즈는 뉴타입 능력을 군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감정을 제거하고 통제 가능한 병기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을 추진한다. 이러한 실험은 개체의 인격과 자유를 말살하는 동시에, 인간의 가치를 수단으로 환원시키는 권력의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티탄즈 내부에서도 이러한 실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철저히 억압된다는 점이다. 비판자는 숙청되거나 소외되며, 조직 내 수직적 복종 구조는 생명에 대한 존중보다 효율과 통제를 우선시한다. 이는 단순한 전쟁 범죄를 넘어, 체계화된 윤리 파괴 시스템이 어떻게 정치 권력 안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Z건담은 이 지점을 통해 과학과 권력이 결탁할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식민지 도시 파괴와 민간인 학살
티탄즈의 만행 중 가장 직접적인 폭력은 식민지 도시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공격 행위에서 드러난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30밴치 사건’으로, 티탄즈는 에우고를 숙청하기 위해 가스 공격을 감행하고, 이로 인해 해당 식민지 전체가 괴멸된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전쟁 범죄이며, 생존자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기획된 ‘공포 정치’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사건 이후에도 티탄즈는 각종 무차별 포격, 식민지 외벽 파괴, 민간인 수송선 격추 등 전시조차 인정받기 어려운 극단적 행위를 지속한다. 특히 이러한 공격에는 사전 경고조차 없으며, 티탄즈는 민간인의 존재를 일종의 ‘거추장스러운 방해 요소’로 간주한다. 이는 군사 작전과 별도로 진행된 학살이라는 측면에서, 단순한 ‘부작용’이 아닌 ‘의도적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Z건담』은 이러한 묘사를 통해 우주세기 세계관 속 권력 작용이 어떻게 비인간적 폭력으로 귀결되는지를 보여준다. 티탄즈는 지구연방이라는 체계 내부의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는 외부의 테러리스트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무차별적이다. 이는 국가 권력이 통제받지 않을 때, 내부의 정의와 질서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티탄즈의 존재는 그 자체로 ‘제도화된 야만’이며, Z건담은 이들을 통해 폭력의 정당화 과정을 철저히 비판하고 있다.
정보 조작과 권력 정당화 전략
티탄즈의 만행이 단순히 물리적 폭력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정보 통제를 통해 정당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Z건담』 내내 티탄즈는 대중과 내부 조직원들에게 자신들의 작전을 ‘반란 진압’ 또는 ‘지구권 안보 유지’라는 명분으로 포장한다. 이를 위해 언론을 통제하고, 전황 정보를 왜곡하며, 심지어 자국 시민에게조차 에우고가 ‘테러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주입한다. 정보의 독점은 권력의 핵심이며, 티탄즈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생체 실험과 민간인 학살 같은 행위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거나, 기술적 결함 또는 적의 도발이라는 형태로 치환된다. 이는 권력기관이 범죄를 숨기기 위해 시스템을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티탄즈는 외부로는 선전 선동, 내부로는 강압적 규율을 통해 조직의 ‘정당성’을 인위적으로 유지한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악역의 행동’이 아니라, 실제 현실 정치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들을 연상케 한다. Z건담은 단지 SF 작품이 아니라, 권력과 폭력, 정보와 진실 사이의 관계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정치 드라마로 기능한다. 티탄즈는 이 서사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적이며, 그들의 행위는 과거와 현재의 권력 시스템에 대한 은유적 경고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티탄즈는 군사 조직이라는 외피 아래 비윤리성과 폭력성, 그리고 정보 조작을 통해 ‘합법적 폭력’을 수행한 존재다. 『Z건담』은 그들을 통해 제도 속에 내재된 폭력의 구조를 드러내며, 단순한 전쟁 이야기가 아닌 정치적 성찰의 무대로 자신을 확장한다. 티탄즈의 만행은 단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권력의 본질을 상기시키는 경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