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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W: Endless Waltz 리뷰 – 히이로의 결단, 윙제로의 상징성, 전쟁 없는 세계의 역설

by blue9106 2025. 6. 29.

건담w 관련 그림
Endless Waltz

『건담W: Endless Waltz』는 TV 시리즈 ‘신기동전기 건담W’의 정식 후속작으로, OVA 및 극장판 형식으로 방영되어 원작의 서사를 완결짓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쟁을 끝낸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권력의 불안정성과 무력의 잔재를 다루며, 주인공 히이로 유이의 내면적 고뇌, 윙제로 커스텀의 재등장, 콜로니와 지구 간의 복잡한 감정적 대립을 조명한다. 특히 TV판과 비교해 각 캐릭터의 심리적 깊이가 더해졌고, 엔딩은 ‘완전한 평화란 무엇인가’라는 건담 시리즈 고유의 질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본 리뷰에서는 히이로의 결단, 윙제로의 상징성, 그리고 전쟁 없는 세계의 역설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작품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히이로의 결단

『건담W: Endless Waltz』는 평화를 위한 전쟁이 끝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TV 시리즈가 ‘오퍼레이션 메테오’를 거쳐 5인의 건담 파일럿이 세계를 구하는 데 집중했다면, Endless Waltz는 그 이후의 인간적 후유증과 결단을 중심으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이 중심에는 히이로 유이의 내면적 변화가 존재한다. 히이로는 극단적인 임무 수행자이자 ‘도구’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Endless Waltz에서는 감정의 회복, 책임 의식의 전이, 그리고 스스로의 존재 가치에 대한 자각이 두드러지게 표현된다. 특히 릴리나 피스크래프트와의 교감은, 히이로에게 있어 전쟁을 끝내기 위한 마지막 동기가 된다. 그는 무력의 상징이었던 윙제로를 파괴하려고 결심하고, 자신의 삶을 ‘전쟁의 유산’이 아닌 ‘평화의 가능성’으로 환원시키려 한다. 히이로의 결단은 단순히 개인적 성숙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시리즈 전체가 던지는 ‘도구가 자아를 회복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이며, 전쟁을 끝낸 영웅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다시 정의하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설정은 과거의 건담 시리즈에서 보기 드물었던, 전후 인물의 존재론적 고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윙제로의 상징성

건담 시리즈에서 기체는 단순한 병기를 넘어 캐릭터의 정신상태와 주제의식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Endless Waltz』에서 윙제로 커스텀(Wing Zero Custom)은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천사 같은 디자인은 기존의 군사적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구원’과 ‘희망’을 상징하며, 이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인 “무기를 버리고도 인간은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윙제로는 TV판에서도 뉴런 시스템과 셀프 디스트럭트 기능 등으로 ‘위험한 힘’을 내포한 기체였다. 그러나 Endless Waltz에서는 히이로의 감정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의 내면적 흔들림이 그대로 기체의 사용 방식으로 투영된다. 히이로가 마지막 전투에서 윙제로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날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순간, 윙제로는 전쟁의 도구가 아닌 ‘해방의 상징’이 된다. 결국 윙제로는 히이로의 자아 해방, 전쟁의 초월, 새로운 세계로의 비상이라는 상징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 아름다우면서도 비현실적인 디자인은 이상주의적 평화관을 형상화하며, 시리즈 전반의 분위기를 시적으로 감싸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윙제로의 상징성은 Endless Waltz가 단순한 액션 OVA를 넘어 철학적 성찰이 담긴 작품으로 평가받게 만든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전쟁 없는 세계의 역설

『Endless Waltz』의 진정한 주제는 전쟁의 종결이 아니라, 전쟁 이후에도 지속되는 이념의 충돌과 무력의 그림자다.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이룬 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평화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며,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마리메이어 크루즈도의 반란이다. 그녀는 트레즈 크루즈도의 유산을 이어받아 ‘진정한 평화’라는 명분 아래 다시 무장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수단은 다시금 전쟁을 불러오는 방식이며, 이는 역설적으로 ‘전쟁을 없애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모순에 도달하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는 건담 시리즈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념과 수단의 불일치’를 상징하며, 시리즈 고유의 정치적 함의를 강화시킨다. 작품은 마지막 순간까지 전쟁을 종식시키는 명쾌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히이로의 결단, 파일럿들의 무기 해체 선언, 윙제로의 파괴 등은 모두 상징적 의미에 머무른다. 결국 ‘Endless Waltz’라는 제목 자체가 암시하듯, 전쟁과 평화, 권력과 저항은 끝나지 않는 순환 속에 있다는 메시지가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이러한 결론은 이상적인 세계의 실현보다, 인간 내면과 사회 구조의 본질적 한계를 직시하자는 주제의식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건담W: Endless Waltz』는 전쟁을 소재로 하되 평화에 대한 성찰을 중심에 둔, 건담 시리즈 중 가장 ‘문학적인’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을 수 있다.